수어 통역 및 음성 해설 방향

수어 통역 및 음성 해설 방향

수어 통역 및 음성 해설을 동시에 진행한 국립 극단의 <로드 킬 인 더 씨어터>는 공연에 대한 제반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며 비 장애인 관객이 배리어프리 버전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그대로 노출 시켜 극단이 지향하는 연극의 정체성을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배리어프리가 극단의 공연 미학으로 까지 확대되는 단계는, 많은 극단이 금전이나 시간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배리어프리 버전의 제작을 포기하는 현 상태를 감안할 때 요원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공연 접근성의 장애 요소를 제거해 나간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해도, 공연의 타깃 층을 세분화해서 배리어프리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장애인) 관객의 개발이란 측면은 어떨까. 주지 하다시피 대학로에서 연극을 즐기는 비 장애인 관객 층 또한 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제한되었던 장애인 관객이 지원 제도의 수혜를 받는, 상대적으로 예술성을 중시하는 연극을 즐기는 것이 당장은 수월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홍보의 문제일 것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배리어프리 공연 홍보는 제작진 혹은 관련자가 지인이나 각종 장애 관련 기관 게시판 및 커뮤니티를 통해 공연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공연장을 찾는 장애인 관객이 늘어나고 있고, 극단 파수꾼처럼 설문을 통해 관객 피드백을 받거나 연출가가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수렴하는 경우가 있지만 극단 차원에서 장애인 관객 피드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여기서 피드백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장애인 모니터링 단 피드백이 아닌 공연 관객의 피드백을 의미한다). 예술 극장이나 국립 극단처럼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아니면 관객 반응을 데이터 화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 홍보나 관객 반응 조사는 문체부 혹은 보건 복지부 등 유관 기관 산하 단체와의 협조 하에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김홍남최황순 대표는 보건 복지부에서 장애인 협회와 관련된 예산을 관할하고, 배리어프리 문화 활동과 관련한 사업은 문체 부에서 진행하다 보니 사업이 잘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인터뷰를 진행하며 관객 개발이라는 측면과 관련해 염두에 둘 만한 의견을 접수했다. 배리어프리의 지속성과 함께 다양성의 차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 극단의 권지현 연출은 관객 개발이라는 측면과 관련하여, “장애인/비 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생각했을 때 공연 장르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공연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드는 작업 또한 추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관객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배리어프리의 다양성을 향후 과제의 한 축으로 둔다면, 연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을 위해 오픈 런 방식으로 공연되는 상업극, 상대적으로 플롯이 뚜렷한 온라인 공연, 익숙한 소재에 입각한 창극이나 판소리 등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대학로에서 크게 흥행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온라인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는 것은 관객 층의 확장이라는 과제와 관련 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홍남 최황순 대표도 배리어프리 공연의 확장성과 관련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언급한다. 문화 바우처 제도 등을 활용해 장애인 관객 입장에서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객 개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까지 배리어프리 공연이 우리 사회의 인권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인식 개선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이루어져 왔다면, 이제는 관객의 수요와 결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만약 장애인에게 발급 되는 문화 바우처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수합 하여 장애인 관객의 문화 수요라는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으리 라는 것이다. 곧 장애인 관객의 바우처 공동 사용 및 수익의 극단 전달이라는 시스템이 확립되고 공공 기관이 이를 중재할 수 있다면, 수요에 맞춰 배리어프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극단의 재정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필요성을 넘어 이제는 수요라는 측면에서 배리어프리에 접근해야 한다는 최황순 대표의 의견은, 향후 공공 기관지자체의 사업 진행과 관련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2019년 남산 예술 센터가 배리어프리 시스템을 도입한 시점에서 출발한다면, 한국 연극 계에서 배리어프리 시스템이 고안된 것은 3년 남짓이다. 그 사이에 영국 등 선진화 된 극장의 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사업의 수행 기관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공연계에서 배리어프리 작업을 진행하는 인력의 저변도 이전보다 넓어졌다. 무엇보다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연극인 들이 늘어나고, 관객 역시 배리어프리를 위한 다양한 실험과 장치들을 공연의 일부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하지만 여전히 제한된 지원 사업, 제작비의 현실화 문제, 공연 현장의 특수성 등에서 애로 사항이 발견되며, 관객 반응의 DB화 및 배리어프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개별 극단, 사업 담당자, 배리어프리 제작 팀 등을 중심으로 해당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장애인 인권과 문화 향유 권이라는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의미 있는 시도가 일시적인 흐름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려면, 사업 담당자와 수행자, 평론 계, 연구 인력 간의 체계적인 공조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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