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과 하이퍼 읽기 활용
요약 형으로 재 구성된 리뷰 영상은 재/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이미지-상품, 자막과 내레이션, 효과음 등을 활용하여 콘텐츠에 대한 주목 도를 높이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서사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달리 말하면, 내레이션과 자막의 중첩은 이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사의 부재를 음성 및 문자 정보로 채우고 침묵과 지루함을 제거한다. 이 중첩의 재현 전략은 이미지에 대한 사색 보다는 분산 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의 읽기를 요청한다. 캐서린 헤일스(Katherine Hayles)가 말한 하이퍼 읽기(hyper reading) 논의는 이렇게 분산 적 읽기를 고무 하는 숏 폼의 중첩 전략이 지닌 미학 적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헤일스는 인쇄술의 시대에는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가 지배적이었지만, 디지털 시대 정보 집약적 미디어 환경에서는 하이퍼 읽기가 두드러지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 스캐닝(scanning,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기)과 스키밍(skimming, 전체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기) 같은 속독의 심화된 방식이다. 중첩된 이미지들은 다시 읽기나 일시 정지 보다는 단기 기억을 활용한 지속적인 읽기 활동을 촉발한다. 주목(attention)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것은 “다양한 일들 사이에서 빠르게 초점을 전환하고, 다양한 정보의 흐름을 선호하며, 고강도의 자극을 추구하고, 지루함에 낮은 인내심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결국, 하이퍼 읽기는 재현 된 시간으로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이 강조하는 주목의 현재 성에 연결된 지각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조나선 크래리에 따르면, 근대 산업 사회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상품과 자극의 원천 그리고 정보의 흐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계속해서 주목과 분산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이후 지각을 관리하는 새로운 방법들로 대응한다.” 요약 형 영상이 보여주는 자막이 재현 된 이미지의 깊이 감 대신 이미지 위의 자막의 평면 성으로 집중을 이동 시키면서 하이퍼 읽기를 요청하면서 주목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숏 폼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디지털 시대 주목의 경제에 대응하는 시간 성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을 위임 받지 못한 분석 형 리뷰 영상들은 요약형 영상들과는 달리 개인의 추론과 의견을 드러내는 비평적 읽기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구독과 좋아요 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프리랜서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한다. 이들은 요약 형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이용자이자 긱 경제(gig economy)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무료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노동의 시간 성은 시각성 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분석 형 리뷰 영상들은 대체로 원래 영상에서 캡처 한 스틸 컷이나 배우들의 서사와 무관한 사진들을 활용한다. 기존 영상에서 잘려져 나온 이미지 혹은 배우들의 다른 사진들은 영상으로 재 가공되면서 저 화질의 이미지로 유통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기존 영상에 기생하기 위한 편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은 디지털 시대 기존 영상 작품들이 저 해상도의 이미지들로 변형되고 유통되는 현상을 고찰하면서 이 빈곤한 이미지들이 빈곤한 이유는 실제를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지의 계급 사회 안에서 가치를 부여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슈타이얼은 예술 영화나 비디오 아트 작품들이 저해상 이미지로 유통되는 것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이는 현재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저 화질의 이미지들은 전유 되고 탈구 된 빈곤한 이미지들은 디지털 시대 초기 혹자 들의 기대처럼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쓰이거나 비 물질화를 통해 물신화 된 가치 중심의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분석 형 리뷰의 저 화질 이미지들이 기존 영상이 지닌 고화질의 상품-이미지에 대한 물신 화에 저항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